성명/보도자료

[8.20] [전국교수연구자연대] 백년투자 교육정책, 고등교육재정 확충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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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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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 성패는 교육정책과 교육재정 확충에 달려 있다!

우리는 지난 8월 17일에 박근혜 정부 당시 대학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10주기를 맞이했다. 그에 앞선 8월 14일에는 부산대에서 (사)고현철교수기념사업회, 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 교수회, 전국교수연구자연대의 주최로 그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추도식과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고현철 교수의 10주기에 즈음하여 우리는 거듭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가 한층 적극적으로 교육재정을 확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지난 8월 13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는 두 달에 걸친 작업 끝에 국정 과제를 발표하는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했으며, ‘서울대 10개 만들기’ 외에도 ‘지역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재구조화’, ‘열린 평생·직업교육 체계 구축’, ‘AI 역량의 기반인 기초·인문학교육 강화’ 등 중요한 고등교육 정책들을 내놓았다. 이 정책 목표들은 향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더 치밀하게 구체화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책 달성에 필요한 교육재정의 확보이다. 지난 정부의 재정 운영의 과오 탓에 새 정부가 처한 열악한 재정 여건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교육재정 확충을 통해 고등교육을 비롯한 교육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특히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그저 ‘일류대’를 각 지역에 많이 만들자는 사업에 그치거나 그동안 재정 지원에서 뒤로 밀렸던 거점국립대의 예산 증액에 국한된 공약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와 사립대, 전문대를 연계하는 지역대학연합을 통해 대학 생태계를 혁신하여 고등교육의 다원적 발전체제를 형성함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들어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자는 약속이다. 무엇보다도 이 정책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의 토대를 더욱 튼튼히 하고 우리 삶의 질을 높여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나라”를 이룩하는 핵심 사업이라는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달 초 정부가 1조원 이상의 매출 실적을 지닌 금융업의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로 올림으로써 약 1조 3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를 확보하여 고등교육에 쓰겠다고 한 발표는 적극적 교육재정 확충의 첫 단추로서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현재 교육 예산이 남아도는데도 금융기관에서 세금을 더 걷어 교육예산을 증액하려는 것은 큰 잘못이라는 왜곡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주류 언론과 정부 부처, 정치권을 막론하고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윤석열 정부 내내 교육재정 관련 세제개편 논의가 나올 때마다 태부족한 고등교육 예산 확보 문제는 아예 외면한 채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유·초·중등 교육예산마저 감축하자는 쪽으로 잘못 흘러왔기 때문에 우리의 우려는 더욱 커진다.

금융업에 대한 교육세율 인상은 당연한 개혁 조치이며 오히려 늦었다고 말해야 옳다. 첫째, 금융업이 국가의 제도적 보호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고수익 구조를 누려왔고, 심지어 위기 때마다 국민 혈세로 조성된 공적 자금 지원으로 회생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수익성이 높아져 횡재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는데, 최근 코로나 대유행으로 빚어진 좋은 실적이 좋은 사례이다. 따라서 그 수익의 일부를 공공의 교육을 위한 재원으로 내놓는 것은 사회 정의와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 더구나 금융업계는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 교육세만을 부담하며 그 세율은 1981년에 0.5%로 정한 이래 45년간 인상이 없었지만, 해당 산업의 부가가치 규모는 1.8조에서 2023년 기준 138.5조로 75배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국민의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나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은 막대한 이자 수입과 순이익을 거뒀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예산 확충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양’만 보고 ‘질’을 무시한 왜곡이다. 학생 수는 줄어도 미래지향적인 유·초·중등교육의 질적 혁신, 돌봄·특수교육·저소득층 지원, 지역대학 살리기, 평생교육과 재교육 등 질적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급격한 산업구조 재편이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대학은 미래를 위한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핵심 인프라이다. 공교육의 전면적인 개혁과 투자로 소모적 입시경쟁에 몰두하는 사교육의 창궐을 잠재우는 일도 빠뜨릴 수 없는 과제이다.

셋째, 국내 금융업의 세부담은 이번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제 기준에 비춰 여전히 낮다. OECD 다수 국가에서 금융업은 교육·복지 분야에 GDP 대비 0.2~0.5%의 수준으로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은행세(Bank Levy), 프랑스의 금융거래세(FTT), 캐나다의 금융기관 특별부담금 등은 교육·복지 재원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우리 금융업의 해당 분야 부담률은 이들 나라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이번 세율 인상은  제한적이며 ‘최소한의 정상화’ 조치에 불과하다.

금융산업은 국민의 신뢰와 국가의 안전망 위에서 성장해왔다. 따라서 교육이라는 미래 투자에 대한 기여는 정치적 강제가 아니라 사회계약적 의무이다. 우리는 정부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다양한 세제 개혁과 세원 발굴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교육재정을 축소하거나 유·초·중등 지방교육재정을 깎아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는 ‘제로섬 방식’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 모든 단계의 교육에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재정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유·초·중등교육에 투입되는 지방재정교부금이 남아돈다는 주장도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17개 교육청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한 지방채 상환이 종료된 것이 불과 6년 전인 2019년이었으며, 경제 규모 확대로 몇 년 동안 지방재정교부금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악화와 세수 추계 오류로 인해 2023년부터 다시 지방교육재정은 급속도로 축소되었다.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해 운영하는 재정안정화기금마저 바닥이 나서 당장 내년도부터 몇몇 교육청은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형편이다. 재정 부족으로 폭염에 초등학교 교실이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고 각급 학교들이 고장난 컴퓨터를 수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자초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교육예산을 확충하지 않고 지방재정교부금을 헐어 고등교육예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재정 운용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학령 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청 예산을 줄이려 든다면, 선진적인 개별 맞춤형 교육 등 미래지향적인 교육혁신은 애초에 불가능해질 것이며,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느린 학습자나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과거처럼 사각지대에 방치될 것이다. 교육재정을 축소하자는 일각의 목소리는 앞으로 대학생이 더욱 줄어들 것이므로 고등교육예산도 줄이자는 퇴행적 논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사회 문제인 인구절벽과 지역소멸 위기의 근본 원인이 영·유아에 대한 돌봄 체제의 부실과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학서열구조의 지옥 같은 입시경쟁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교육개혁과 교육재정 확충에 우리 사회의 절박한 위기를 극복할 열쇠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최종 선정 단계에 와 있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나머지 10개 대학 선정 작업의 취소를 강력히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시장주의 대학정책의 대표격인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말 그대로 ‘글로벌’하면서도 ‘로컬’에 뿌리를 내린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육성하는 사업이 아니라 국공립대학 및 사립대학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 사업으로 이미 변질되고 말았다. 더구나 이미 선정된 20개 대학들에 약속한 연 200억이 아니라 2년 동안 평균 177억에 불과한 예산만 지원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머지 10개 대학까지 9월에 예정대로 선정한다면 새 정부가 고등교육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여 실행하는 일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미 선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켜야겠지만, 그 경우에도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정부에서 이미 정해진 사업이라는 이유로 나머지 10개의 글로컬대학 선정을 강행한다면 재정 압박과 정책적 혼란은 감당하기 어렵게 심각해질 것이다.      

‘학문여역수지주 부진즉퇴’(學問如逆水之舟 不進則退)라는 옛말이 있다. 이는 학문과 교육은 마치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 가만히 있으면 후퇴한다는 말이다. 바로 우리의 고등교육이 지금까지 그래왔다. 한국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OECD 평균의 60%대에 불과하다는 참담한 통계 수치가 무엇을 말하는지 직시해야 한다. 또한 인문사회 분야만이 아니라 자연과학·공학 분야에서마저도 고등교육의 열악한 현실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거나 이미 대학원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학업을 그만두거나 좌절과 고통을 겪고 있는 참담한 실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이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재정부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할 때다. 이에 우리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큰 기대를 걸면서도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며,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주역으로서 우리의 책무를 성실하게 다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고자 했던 고현철 교수의 희생과 숭고한 뜻을 계승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5년 8월 20일

사회대개혁, 제7공화국 수립과 혁신적 고등교육정책을 위한 전국교수연구자연대

(공공적고등교육정책을요구하는전국교수연대회의,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사)지식공유연구자의집, 학술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