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도자료

[7.24] 삼성재벌 기업승계 무죄판결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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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7-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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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재벌 기업승계 무죄판결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2025년 7월 17일 대법원은 삼성재벌의 사실상 소유자 겸 경영자인 이재용에게 지난 10년간 제기된 모든 경제·금융 범죄 혐의를 무죄로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에 동원된 법기술자의 온갖 편법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용인해 준 결정이나 다름없다. 이는 기업 내 만연한 봉건주의를 강화해 한국의 자본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나아가 우리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보면, 삼성 바이오로직스(삼바)가 지분을 투자한 벤처기업 삼성 바이오에피스(BioEpis)의 가치는 지배관계 변경을 통해 5조3천억원으로 돌변했고, 그 결과 자본시장 상장 이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하던 삼바의 기업가치는 상장 이후 19조 원으로 높아졌다. 그런데 이재용이 지배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변칙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으로 이재용의 승계를 마무리하자 삼바의 기업가치는 다시 3개월 만에 6조8천억원으로 추락했다. 이는 신이 점지한 우연의 연속이 아닌 한, 기업의 가치를 농락한 경제 범죄일 수밖에 없다. 이런 농락 행위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대공황 직전까지 서구 기업들 사이에 만연했던 주가 조작, 그리고 2000년대 초 다시 급격하게 증가하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로 드러난 온갖 회계기록 변조와 회계가치 조작을 상기시킨다. 이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법질서 확립이나 경제정의 실현은 차치하고라도,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투자자들의 위험보상 요구가 증대됨은 물론 자본시장의 변동성 또한 예측불가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모두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지속시키는 일이다. 

나아가, 법기술을 이용한 편법적 기업 승계를 인정해 준 이번 판결은 우리 기업 지배구조의 봉건성을 더 한층 강화할 것이다. 극소수의 지분만으로도 기업 전체에 지배권을 행사하고 또 이를 세습하는 것을 사법 권력, 즉 국가가 공식적으로 용인해 준 것이다. 트럼프 2기 들어 통과된 대규모 감세 및 긴축 법안(OBBBA)이 미국의 경제학자들에게 받는 비판 그대로, 이는 국가 권력이 다수 보통 시민의 권익을 희생해 소수의 대기업·디지털 자본가에게 폭리를 안겨준 일이다. 인간에 대한 고려 없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도입은 이를 주도하는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 심화를 가속함으로써, 소위 “디지털 봉건주의”(Digital Feudalism)를 확장하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지배 세력을 교체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달리, 이렇게 새로운 봉건주의가 만연해지면 그 흐름을 돌이키기가 어렵다.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의 봉건성을 공고화시킨 이번 7.17 무죄판결이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재벌과 이재용에 대한 지난 10년간의 재판 과정은 재벌에 의해 우리나라의 경제 민주주의와 법치가 얼마나 휘둘릴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특히 기업 변칙 승계와 관련한 세 번의 심판 기회에서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기소한 검사들의 무능 또는 고의적인 실수에 더해서 ‘미래 먹거리’를 고려한 판사들의 숨겨진 탐욕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경제 문제, 특히 금융 문제에 있어서 기소를 담당한 검사와 재판을 담당한 판사들은 한결같이 국민의 이익 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배려하는 논리와 시각을 보였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자본의 요구에 취약한지가 여기서 잘 드러난다. 

이 판결은 사법 권력이 법치주의를 오용할 때 경제 민주화를 방해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제 첫발을 뗀 새 정부에 전 정부 시기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치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가져올 후과는 이재명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금융·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 민주화 정책 추진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것임이 명확하다. 이에 국민 주권 정부가 즉각적인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 및 이와 같은 상황을 초래한 주요 국가 기관의 인적 쇄신과 경제 정책 결정권 조정 등을 통해 개혁의 결기를 보이길 바란다. 그에 의해 새 정부는 사법부에 의해 공고화되고 있는 우리 기업 지배 구조의 봉건화를 막고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할 것이다. 

2025년 7월 24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