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2.0

<민교협 2.0> 선언

1987년에 발족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2019년 6월에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는 지난 33년의 역사를 이어받고 시대의 소명과 변화한 사회 환경에 발맞추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음과 같이 <민교협 2.0>을 선언합니다. 

1. 왜 민교협 2.0인가? 

(1) 불평등이 심화되고 다차원적으로 사회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래 한국사회는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봉합하며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민주화’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소득과 자산의 심각한 불평등은 주거, 교육, 보건 등 사회문화적 불평등으로 이어져 한국사회는 점점 더불어 살아갈 희망과 미래가 없는 곳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인구 절벽과 고용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그로부터 파생한 차별과 혐오의 문화가 사회 곳곳에 번지고 있습니다. 실질적・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달성하지 못한 체제의 한계가 민주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19 사태에서 보듯 자연에 대한 착취와 초국적인 불평등이 기후・환경 위기를 초래하고, 빈곤에 내몰린 사람들은 예외 없이 상시적으로 안전과 생명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2) 새로운 민주평등사회 건설을 위해 교수・연구자들의 실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갱신과 사회개혁에의 요구는 2016년 가을에서 2017년 봄까지 촛불항쟁으로 잠시 타올랐지만 한국사회는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전한 민주주의와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촛불에서 표출된 노동자, 시민, 여성, 청년 등 모든 소외된 계층의 열망을 되새기며, 새로운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연대를 위해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저희 교수・연구자들도 스스로 몸담고 있는 장에서부터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실천에 나서려 합니다. 

(3) 무너져가는 대학과 연구공동체의 재건이 시급합니다.

오늘날 한국 고등교육과 대학은 기존의 적폐에 새로운 위기가 겹쳐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사학재단의 횡포와 비리는 여전하며 교수사회의 부패와 부후도 심각합니다. 신자유주의는 대학의 공공성을 완전히 실종시켜 이제 대학은 계급차별과 불평등 생산의 전초기지가 되었습니다. 대학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여 대학만큼 임금과 지위 차별이 심한 곳은 없습니다. 수도권과 국립대학의 일부 정규직 교수들은 안온과 권세를 누리지만 이는 비정규직 교수와 지역 및 여성 연구자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대가로 한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교수・연구자 사회의 각자도생과 파편화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합니다. 교수라는 직업인은 자기존엄과 존경을 상실했고, 대학은 정의와 진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횡포와 꼼수가 만연한 곳이 되었습니다. 

2. 민교협 2.0 어떻게 할 것인가?

(4) 변화한 조건 속에서 새로운 실천을 조직하겠습니다.

33년의 역사를 지닌 민교협도 조직 면에서나 운동의 내용적 측면에서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과거의 업적은 빛이 점점 바래고 조직이 노화하여 약해졌습니다. 그간 한국의 대학교수와 연구자의 직업과 지위가 급속히 바뀌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심각한 위계와 차별의 구조를 반영하고 이를 바꾸는 실천을 조직하지 못했던 점이 큰 원인입니다. 민교협은 자신으로부터 먼저 바뀌고, 또 구체적인 대학과 학술장에서부터 새로 출발하여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실천하려 합니다. 

(5) 새로운 시민사회 운동의 주체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민교협은 전문 지식과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연구자, 교육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면서 동시에 전체 시민사회 운동의 변화와 사회적 역할에 기여하고 함께 하려 합니다. 2019년 이후에 진보진영과 시민사회 안에서 이어진 일련의 논란과 비극적 사태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역사적 한 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을 역설해줍니다. 세대와 젠더,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예민한 시각 없이는 설득력 있는 시민운동도, 새로운 민주주의도 없다는 것을 깊이 새기고 새로운 시민사회 운동의 주체를 형성하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3. 민교협 2.0 무엇을 지향하는가?

(6) 민교협 2.0은 민주평등사회의 실현을 지향합니다.

민주평등사회란 다양한 의사결정이 구성원 개인들의 의사가 가감 없이 반영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생산되는 부와 가치를 현재와 미래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기여와 처지에 따라 고르게 나눠 가지는 사회라 생각합니다. 또한 민주평등사회는 성, 국적, 인종, 노동 조건은 물론 빈부, 나이, 거주지 등에 따른 일체의 차별과 배제가 없는 세상입니다. 특히 민교협은 성에 따른 일체의 차별과 배제를 단호히 거부하며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폭력에 반대하고, 또한 지금의 세대가 누리는 물질적・환경적 자원을 미래 세대도 고르게 누려야 한다는 뜻에서의 기후 정의를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습니다. 나아가 모든 종류의 분쟁과 전쟁에 반대하여 민족 간, 국가 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7) 민교협 2.0은 대학과 학술장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운동을 지향합니다. 

민교협은 대학과 학술장 내부의 비민주성과 불평등의 문제가 한국사회 전체의 그것과 긴밀히 이어져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각자의 소속 학교와 영역에서 차별의 철폐와 진보적 대안 마련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또한 한국사회가 직면한 제 문제의 구조적 총체성을 이해하고 분야를 넘어 함께 공부하며 고통 받고 핍박 받는 사람들과 연대하겠습니다.

(8) 민교협 2.0은 지속가능한 학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운동을 지향합니다.

민교협은 대학개혁과 함께 지속가능한 학술 생태계의 조성과 교수・연구자의 복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운동이 진보적 사회개혁 담론의 생산과 공유, 또 민중운동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연대와 유리되지 않는 운동이 되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9) 민교협 2.0은 진보적 담론과 실천 전략을 제공하는 조직을 지향합니다.

민교협의 조직과 운영은 한국사회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평등사회의 미래를 앞당기기 위한 담론과 실천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운동의 내용뿐만 아니라 회원의 조직화와 조직 운영의 측면에서도 민교협은 스스로 성찰하고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민교협은 세대, 젠더, 전공 사이의 차이를 넘어 회원들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원활한 연대와 참여를 위한 조직의 구조와 운영을 지향합니다. 특히 교수・연구자 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자들, 특히 신진, 지역, 여성 연구자, 독립연구자 등이 민교협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학술운동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도록 돕고 함께 하겠습니다. 

(10) 민교협 2.0은 다양한 진보세력과의 연대를 실천하는 조직을 지향합니다.

민교협은 다양한 진보세력과의 연대를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민주평등사회의 가치에 동의하는 노동, 여성, 복지, 인권, 평화 등 여러 분야의 운동조직 및 세력과 연대하려 합니다. 특히 불평등, 차별과 배제, 그리고 결핍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다양한 진보적 교수・연구자 단체와 힘을 합쳐 일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연대는 민교협의 조직과 운동 역량이 지금 보다 훨씬 튼튼해질 때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민교협은 대학과 사회 전반의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민주평등사회 실현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민교협 2.0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민교협은 다시 조직을 가다듬어 대학 내외의 다양한 교수・연구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에 민교협 2.0을 선언합니다.

2020년  12월 12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