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12·3 내란의 완전한 청산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촉구한다
12·3 내란의 완전한 청산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촉구한다
18년 만에 다시 국민의 휴일로 지정된 제78주년 제헌절을 맞아,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12·3 내란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대개혁의 전면적 추진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제헌절이 다시 휴일로 지정된 것은 단순한 기념일의 복원이 아니라, 헌법의 가치와 정신을 우리 사회가 다시금 되새기고 실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12·3 내란이라는 헌정 중단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며, 그 조속하고 완전한 청산 없이는 어떠한 제헌절의 의미도 온전히 회복될 수 없다.
우리는 먼저 12·3 내란의 책임자들에 대한 보다 신속하고 보다 엄정한 사법처리를 재차 촉구한다. 내란 가담자와 이를 방조·비호한 세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지체 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적 정의 또한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아울러 내란의 토양이 된 제왕적 대통령제와 검찰 권력의 정치적 사유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구조적 병폐, 그리고 극우세력의 발호를 부른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사회대개혁이 전면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개혁은 지지부진하며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도 강한 유감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과 취임 이후 수차례에 걸쳐 ‘속도감 있는’ 개혁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부동산, 조세, 복지, 의료, 노동 등에 있어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집값은 꾸준히 상승하고 공평한 조세는 말뿐이며 소위 ‘응급실 뺑뺑이’도 여전하다. 보여주어야 할 것은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쩔쩔매는 국무위원과 기관장들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혁의 결과이다.
심지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조차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는 내란과 같은 헌정 중단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며, 헌법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 대원칙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채 표류시키고 있다. 권력을 잡은 이후 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상실한 것인지, 혹은 애초부터 진정성이 부족했던 것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해방 이후 특수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었던 검찰의 수사권을 본연의 수사기관에 되돌려주는 일이 어째서 이토록 지난한 과제가 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지향하는 형사사법 개혁의 보편적 방향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야말로 정치검찰의 폐해와 선택적 수사·기소, 그리고 권력형 비리에 대한 부실 수사의 근본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이루어지는 12·3 내란의 청산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의 사건 암장(暗葬)이나 부실 수사로 인해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다시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특정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나 권한 남용 문제는 상호 독립된 전문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실효적인 이의제기 및 보완수사 요구 제도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기관이야말로 자기 통제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권력의 자의적 판단에 더욱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검찰개혁을 주도해야 할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정 부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에게 약속한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스스로 흔드는 것이며,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보완수사권은 명칭과 범위가 어떠하든 검찰이 수사의 방향과 범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으며, 결국 직접수사권의 우회적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2·3 내란은 특정 권력기관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때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얼마나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일부 여당 의원들이 현실론이나 수사의 효율성을 이유로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며, 국민이 부여한 개혁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일시적인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헌법상 권력분립과 견제·균형의 원칙에 입각하여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검찰을 공소기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이에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12·3 내란 관련자 전원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헌정 질서 파괴 행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명확히 물을 것을 촉구한다.
둘째, 집권 여당은 전당대회를 둘러싼 계파 갈등을 즉각 중단하고,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에 응답하여 사회대개혁 입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셋째,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민에게 약속한 검찰개혁의 원칙을 끝까지 견지하여 검찰의 모든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검찰을 공소기관으로 정상화함으로써 수사와 기소의 실질적 분리를 조속히 완성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과 부실 수사는 기관 간 상호 견제와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이를 검찰의 수사권 회복 명분으로 악용하려는 입법적·정치적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헌법은 종잇조각이 아니라 국민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살아있는 약속이다. 제78주년 제헌절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 번 촉구한다. 12·3 내란의 완전한 청산 없이 미래는 없으며,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회대개혁의 완수 없이는 진정한 헌정 회복도 없다. 정치권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 앞에 지금이라도 정쟁을 멈추고 사회대개혁의 책무에 나서야 한다.
2026년 7월 17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