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규탄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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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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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는 트럼프의 오만하고 위험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를 헌법의 이름으로 거부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3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침략 전쟁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게 될 위험천만한 군사적 제안을 공개했다. 그는 “많은 나라들, 특히 이란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의 영향을 받는 나라들이 미국과의 협력 아래, 안전하고 개방된 상태로 해협을 유지하기 위해 전함을 보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그와 같은 정치·군사적 행태는 너무 오만하다. 그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그 나라들이 군대를 ‘파견할 것’(will be sending / will send)이라는 표현을 두 차례나 했다. 공식적인 외교 채널에 입각한 어떠한 협의나 동의 절차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개별 소통방을 통해 마치 모든 일이 다 결정된 것처럼 공식화하는 그의 비상식적 오만함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주의적 제국주의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의 외교적 비정상과 무례함은 천박함이나 저열함 이상의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그것은 국제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주권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위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트럼프의 외교적 무도함은 우방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는 교역국에 대한 일방적이고 기준 없는 관세 부과에서 트럼프가 타국의 경제주권을 얼마나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군대 파견이라는 그야말로 중대한 국가적 결정의 영역에서도 우방국의 군사주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선언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듯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너뜨리면서 대통령을 체포해 압송해 간 사태에서 그에게는 근대적 국제질서 원리에 대한 아무런 인식도 존재하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의 인식 부재는 이란을 향해서도 재현되었다. 그는 무차별적 폭격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들을 몰살하는 행위를 자신의 권리인 듯 떠들어댔다. 그들의 진퇴는 주권자인 이란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져야 했다.
다음으로, 동맹국을 포함, 이웃 나라들을 향한 트럼프의 이 무모한 제안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그의 강제적 제안으로 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웃 중동 국가들의 미군 기지를 공격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협력을 자국에 대한 적대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군사기지에 대해서도 그러할진대, 이란 최고지도자가 주요한 전략으로 판단하고 명령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군함을 파견하는 일은 이란에게는 의심할 나위 없이 자신에 대한 침략 행위인 것이다. 이란이 군대 동원을 한 나라들을 향해 군사 공격이나 테러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그것의 부당성을 호소할 논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적 대응책은 군사적 맞대응일 수 있다. 그런 상황은 곧 세계적 규모로의 전쟁 확대를 의미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이 전쟁의 본질이 ‘침략 전쟁’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란은 이 전쟁의 도발자가 아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어떠한 선제공격도, 그에 대한 의지도 드러낸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획하고 수행하고 있는 공격적 전쟁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경험을 따라, 이란 최고 권력들을 제거함으로써 중동에 남은 강력한 반미 국가를 친미 국가로 전환해낼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 아래, 이스라엘은 이란의 내부 분열을 틈타, 자신의 중동 패권을 가로막고 있는 마지막 적국 이란을 초토화하고자 하는 의도 아래 이 군사 작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전쟁은 어떠한 정당성도, 명분도 없다. 전쟁은 불가피하게 민간인을 포함, 수많은 인명의 희생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 명분과 정당성에서 보편적인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져야 한다. 전쟁은 자국민의 생존과 자국의 자산에 위협을 가할 명백한 군사적 위협이 존재할 때, 국제 평화와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위협하는 대상이 존재할 때 가능하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도 국제적 차원에서의 집단 지성을 요구한다. 여기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이 어떠한 군사적 공격으로 국제 평화를 위협했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권위주의 권력이 이란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파괴했기 때문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주장을 한 적이 없고, 지금의 군사 작전이 그에 부합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제법은 주권 국가에 대한 정치·군사적 개입이 대단히 엄격한 기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도 트럼프의 무례한 군사적 요구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어쩌면 동맹국이라는 위치에서 한층 더 강력한 압박에 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이 전쟁의 본질이 제국주의 국가 미국이 이스라엘과 손잡고 일으킨 침략 전쟁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군사적 협력이나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 침략 전쟁에 대해서까지 동맹국의 의무를 준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 ①항은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에 무력을 파견한다면 그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의 적극적 개입으로, 그러므로 국가의 이름으로 위헌을 저지르는 일이다. 국가가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순간, 그 국가는 존재 이유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어떠한 정당성도 없는, 전 세계적인 전쟁 확산을 초래할 뿐인 트럼프의 반헌법적 제안을 거부할 것을, 국제 평화와 질서를 마구잡이로 뒤흔들고 해체하고 있는 제국주의자 트럼프의 무도한 일방주의를 막아내기 위한 국제적 연대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6년 3월 16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