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비판 성명
대교협·전문대교협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지지’ 성명 비판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이 9월20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는데, 331개 대학 총장들의 연명으로 발표되어 전체 대학의 총의가 모인 것처럼 비춰진다.
우선 성명에서 총장들은 초중등과의 교육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매년 사업비 편성방식으로 불안정한 제한적 재정지원의 한계를 지적하고, 고등․평생교육을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의 법적기반을 마련하고자 이태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의 조속한 제정을 희망한다며 적극 지지의 입장을 밝혔다.
성명발표 이틀 뒤인 9월22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교부금 특위를 구성하고 정부의 교부금 개편에 적극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교부금 개편 문제를 놓고 대학의 총장들과 시도교육감들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에 해당하는 금액(2022년 기준 약 3조 6천억 원)을 특별회계로 조성해서 고등교육재정으로 전용하겠다는 것으로. 그 동안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추진해 온 정부의 교부금 개편방안을 법률로서 뒷받침하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의 청부 입법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은 유초중등 부문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 총장들이 정부의 청부입법을 지지하고 나서는 것은 ‘밥그릇’을 놓고 유초중등 부문과 싸우자는 것밖에는 안 된다. 유초중등 입장에서는 기존에 계속해서 법률로서 보장되어 오던 교육비의 재원을 사실상 빼앗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유초중등 부문의 동의와 양해를 구해야 할 부분이지, 빼앗기 식의 정부 정책을 대학 총장들이 거들고 나서면서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 먼저 대학 총장들이 시도교육감협의회 등과의 협의를 통해 설득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정부 여당의 법률안에 일방적으로 편들기 하며 세대결 양상으로 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또한, 매년 사업비 편성방식으로 불안정한 제한적 재정지원의 한계를 지적한다면서도 여전히 사업비로 지원하려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매우 모순적인 행태로 총장들이 어쩔 수 없이 교육부의 들러리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이 지지 성명에 교대의 총장들까지 가세했는데 유초중등부문에 가까운 교대 총장들이 진정 여기에 동의했을지도 의문으로, 교육부가 정부 입법안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총장들을 동원했고 총장들이 수동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현재 고등교육재정 관련 법률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발의되어 있다. 이중 유기홍 교육위원장이 지난 해 먼저 대표 발의한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은 법인세를 통한 별도의 재원마련과 특별회계를 통해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서 재원만 다를 뿐 사실상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과 거의 유사한 법률이다. 따라서 유초중등부문과 다툴 이유도 없다. 총장들이 사회적 갈등이 없도록 차라리 1조 원이라도 별도 재원 마련을 통해 고등교육 재정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에 주문하며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 제정을 지지하고 나서는 것이 더 교육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가?
기재부가 제출한 2023년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 예산은 12조원, 여기에 2022년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육세 재원을 합치면 약 15조6천억 원 규모다. 지난 해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사업비 방식으로만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총장들이 그 토록 원하는 대학운영비 등의 경비로 사용할 수 있고 재정도 훨씬 안정적으로 마련될 수 있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통한 지원보다는, 유초중등부문의 동의를 전제로 이왕이면 실현 가능한 15조6천억 원의 재원에 해당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마련하는 낮은 수준에서 시작해 매년 교부금액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교부율을 조정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그 동안 제정되지 못한 것은 재정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사업비 방식으로 지원되는 현재의 대학 재정지원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총장들은 말로는 대학의 자율성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재정 지원 방식을 바꾸는 구체적 실천방안 제시에 대해서는 왜 적극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가?
전국의 대학 총장들에게 요구한다. 이제 그 동안 고대하던 고등교육재정 지원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의 구체적 시점이 도래하고 있는 만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지지의 입장을 당장 철회하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정부가 마련하고자 하는 15조원 대부터 재정 교부를 시작으로 매년 교부액을 늘려나가도록 하는 아주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방안을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주기 바란다. 아무리 봐도 9월20일의 성명은 331개 대학 총장 공동의 입장이라고 보기에는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2022년 9월 26일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흥사단교육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