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도자료

[1.13]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 대한 선고공판에 관한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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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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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 대한 공동주거침입, 공동퇴거불응 죄목의 1심 선고공판에 관한 의견서




2022년 2월 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509호에서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 대한 공동주거침입, 공동퇴거불응 죄목의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민교협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의 의견을 제출합니다.



검찰은 지난 11월30일(화) 열린 비정규직 17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김수억에게 징역 5년형을 구형한 것을 비롯해 비정규직 17명에 대해 모두 합쳐 징역 21년을 구형했습니다.



이들의 죄목이 무엇입니까? 공동 주거 침입, 공동 퇴거 불응입니다. 그러나 이 법형식적인 죄목 아래 실재했던 집합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정확히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들 비정규직 17명은 2018년 12월 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청와대 행진을 했습니다.

또 이들은 2018년 7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재벌들이 20년 동안 회사의 모든 조직을 동원해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저지른 불법파견 범죄에 대해 법원이 내린 유죄 판결대로 노동부가 시간 끌지 말고 즉각적으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고 집행할 것을 요구하며 고용청 점거 농성을 하였습니다.



고용청이 어디입니까? 헌법에 따라 법률에 따라 국가가 노동문제를 개선하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향상과 산업평화를 위해 만든 기구입니다. 현대기아차 등이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을 악용하여 불법파견을 20년 이상 장기간 지속해온 행위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계속 문제제기 했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사안별로 불법파견임을 줄줄이 판결하였습니다.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은 내려졌는데 현대기아차는 미동도 하지 않으며 법도 판결도 무시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불법파견을 시정하지 않는 사이,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 속에서 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고, 36명이 구속됐고, 196명이 해고됐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법원 판결에 대해 집행할 의무, 노사관계를 감독할 의무가 있는 고용청에 들어가서 근로감독 제대로 하고, 판결 이행을 강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것이 '공동주거 침입이고 공동 퇴거 불응입니까? 노동자들이 고용청에 들어가서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한 것이 주거 침입이고 퇴거 불응입니까? 그렇다면 노동청은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불법을 바로잡으려고 국가 기구에 요구하는 시민-노동자의 요구행동을 오히려 불법화하고 처벌하는 것이 법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봅니까? 즉 검찰이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주모자'로 간주한 김수억에게 징역 5년을 비롯, 총 17명에게 도합 징역 21년을 구형하는 것에 대해서 법원은 과연 어떻게 판결하는 것이 법적 정의에 맞다고 봅니까? 법원이 내린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자본인데, 법원이 오히려 그를 바로잡으려는 노동자들에게 유죄로 판결한다면 과연 이것이 법원의 정의가 맞습니까?



또한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8년 태안반도 화력발전소에서 산업안전법도 위반한 나홀로 근무 중에 몸과 머리가 분리되고 검은 먼지와 분진으로 온몸은 시커멓게 칠해진 채 죽임으로 방치됐던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의 사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나섰습니다. 고 김용균이 누구인지 판사님은 아십니까? 이 젊은이는 바로 2월9일 결심 판결에서 유무죄가 가려질 1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주세요" 라는 피켓을 들었던 사람입니다. 그 이는 그 피켓을 들며 대통령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화를 청하고 사흘 뒤에 발전소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고 김용균입니다. 그리고 같이 피켓을 들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로 판사께서 2월9일 선고를 할 사람들입니다.



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 김용균은 발전소의 열악한 근로조건, 위험의 외주화를 죽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일터에서 죽지 않기 위해 그는 마지막 호소를 하며 대통령과 대화를 청했지만 죽임 당했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김용균의 죽음을 다시 반복하지 말자고 이 사회와 국가를 향해 설득하고 대화를 청하였으나 그가 죽고 한 달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평화시위에 대해서 경찰이 막자 대응하였습니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이 나라에서 죽음의 일터는 면하고 싶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판사께서는 이 현실을 그대로 추인하고,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표면적인 행위만을 보고 판결을 내리려고 합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일터로 오늘도 내일도 희망 없이 들어가라고 등 떠밀겠습니까?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노동자들을 감옥에 밀어 넣겠습니까?



이 사건과 판결에 대해서 재고를, 아니 숙고를 부탁합니다.

법적인 죄목 이전에 노동자들의 현실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험노동을, 그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응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재벌 자본의 불법에 맞선 노동자들의 행위를 불법으로 만들지 말길 바랍니다.




2022년 1월13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교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