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쿠팡은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로켓배송(심야노동)을 중단하라!
쿠팡은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로켓배송(심야노동)을 중단하라!
―고(故) 정슬기 님의 죽음과 고통에 응답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지난 2024년 5월 28일 쿠팡 택배 과로로 사망한 고(故) 정슬기 님의 아버지 정금석 님이 9월 2일 국회 토론회에서 절규하는 심정으로 외친 말입니다. 슬프게도 이 외침은 지금으로부터 54년 전인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피맺힌 외침과 똑같습니다.
지금 전국에서 쿠팡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안산에서 죽고, 인천에서 죽고, 충북 목천과 청주에서 죽고, 경북 칠곡에서 죽고, 서울 마장에서 죽고, 송파에서 죽고, 구로에서 죽고, 경기 동탄에서 죽고, 남양주에서 죽고, 제주에서 죽고, 경기도 시흥에서 죽었습니다. 2020년 이후 알려진 것만 해도 쿠팡에서 사망한 사람이 무려 21명이나 됩니다. 그들은 배달노동자였고, 물류센터 노동자였고, 조리 노동자였고, 대리점주였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산재사망사고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쿠팡은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도’라는 섬에서도 로켓배송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 쿠팡의 계획은 노동자들을 계속 죽음으로 내 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정슬기 님이 사망한 원인은 명실상부한 과로, 즉 연속된 고정 심야노동입니다. 쿠팡에서 1년 2개월 일한 정슬기 님은 평소 밤 8시 30분에 남양주 2캠프에 출근해 최대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이렇게 주 6일을 근무했습니다. 주 평균 노동시간은 63시간으로, 산업재해 판정 기준에 따라 야간 노동시간(오후 10시~오전 6시) 30% 할증을 적용하면 주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77시간 24분이 됩니다. 한 달에 4일밖에 쉬지 못했고 그 결과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졌고 몸무게는 10Kg이나 빠졌습니다. 이런 노동을 하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슬기 님의 죽음에 대하여 한 의사는 “연속되고 고정된 야간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은 찾을 수 없었다”, “이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건 너무나 해서는 안 되는 노동이라서 어느 나라도 시행되지 않는 노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슬기 님을 비롯해 쿠팡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노동을 한 것입니다.
정슬기 님이 사망하기 4년 전 2020년 10월 12일 경상북도에 있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 동안 일했던 28세 노동자 장덕준 님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는데, 장덕준 님의 사망 원인도 정슬기 님처럼 노동강도가 세고 업무량이 과도한 고정 심야 노동이었습니다. 아들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그의 어머니 박미숙 님은 200시간이 넘는 CCTV 영상 분량을 7개월 동안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영상에는 장덕준 님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죽기 얼마 전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이 발견됩니다. 장덕준 님이 과로로 무려 15Kg이나 줄어든 것에 대해, 그리고 뛰어다니며 일한 것에 대해 쿠팡은 장덕준 님이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가 준 것이고 뛰어다녔다고 하지만 골프를 쳐도 저 정도는 된다고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4년이 지나 발생한 정슬기 님의 죽음에 대해서도 쿠팡은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생각해보십시오. 아들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200시간 분량의 CCTV 영상을 7개월 동안 봐야만 했던 그 어머니의 고통을. 아들의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밤낮없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금석 님의 심정을.
쿠팡은 2021년 6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질 당시, 전통적 택배사의 고용 관계인 하청과 특수 고용이 아니라 직고용한 정규직 기사들이 배송한다며 합의에서 빠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이후 쿠팡은 기존 택배사와 같은 고용 구조로 탈바꿈했고 기존 택배사가 하지 않는 야간 배송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쿠팡은 아무런 사회적 제약 없이 노동자들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것입니다.
정부는 어떻습니까. 국토부는 지난 2년간 쿠팡 터미널 5곳을 점검한 뒤 노동시간과 휴식 시간과 폭염 대책 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이 보고서는 택배노동자와 물류노동자 단 두 명만 인터뷰하고 쓴 것이라고 합니다. 폭염과 혹한 속에서 강도 높은 분류작업과 배송으로 노동자가 계속 죽어 나가는 데도 말입니다. 특히 배송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한 물량이 0.5%를 넘으면 위탁업체의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악법인 ‘클렌징 제도’에 대한 현장 확인은 진행도 안 했다고 합니다. 대체 정부는 왜 존재하는 거냐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쿠팡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멈춰 세우기 위해 기독인들이, 교회가, 그리고 시민사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합니다. 정슬기 님의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입니다. 쿠팡이 진정한 사과와 참회를 할 때까지,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고 제대로 실행할 때까지, 법과 제도를 바꿔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때까지 정슬기 님 아버지 정금석 님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노동자가 고정 심야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 불의한 구조, 즉 자본에 대한 노동의 열위 구조를 타파하는 데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기독교의 본질적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하는 민주 시민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세로 우리 <쿠팡 택배 노동자 고(故) 정슬기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이하 정슬기 대책위)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쿠팡과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며 요구가 이루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 쿠팡은 정슬기 님의 죽음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
- 쿠팡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 쿠팡은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로켓배송(심야노동)을 중단하라!
- 쿠팡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방지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라!
- 국회는 쿠팡 청문회를 즉각 개최하라!
- 정부는 쿠팡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
2024년 9월 24일
쿠팡 택배노동자 故 정슬기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참여단체>
(기독교)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도시공동체연구소. 민주시민기독연대, 성문밖교회, 성서한국, 수원성교회 사회환경선교부, 영등포산업선교회, 일산은혜교회, 장신대신대원사회선교모임, 희년함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시민사회) 김용균재단,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노동건강연대, 민생경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평등사회를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백기완노나메기재단,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문밖교회, 생명안전시민넷,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의당, 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한익스프레스물류창고화재참사故김형주님유가족모임(언약교회 성도)
(개 인) 이한빛(전 수원성교회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