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 [전국교수연대회의] 윤석열 정부의 파행적 고등교육정책을 규탄하며 22대 국회의 올바른 정책과 입법 추진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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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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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파행적 고등교육 정책 규탄과
22대 국회의 올바른 고등교육 입법 촉구를 위한
전국교수연대회의 기자회견
- 일시 : 7월 29일 (월) 11시 20분
- 장소: 국회 소통관
- 주관단체 : 전국교수연대회의(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2.0,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 공동주최: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 김문수 의원, 김준혁 의원, 백승아 의원, 정을호 의원,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
윤석열 정부의 파행적 고등교육정책을 규탄하며 22대 국회의 올바른 정책과 입법 추진을 촉구한다
윤석열 정부의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2022년 말 취임 직후부터 신자유주의적 대학개혁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며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책들은 학령인구 급감, 지역소멸, 4차 산업혁명과 같이 고등교육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은 우리 대학 생태계가 지닌 심각한 문제들, 수도권과 지방의 극심한 격차와 지역대학의 몰락 위기, 경직된 대학서열체제, 부족한 고등교육재정, 비정규교수 양산 등 교육여건 악화, 사학법인의 비리와 부정 등을 해결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현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은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낡고 시장만능주의적인 프레임에만 사로잡혀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설립‧운영규정」의 전면 개정과 4대 요건 완화는 대학을 연구와 교육 아닌 이익 추구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입각하자마자 처음 추진한 정책이 「대학설립‧운영규정」의 전면개정이었다. 이 규정은 고등교육기관이 지켜야 할 대학설립과 운영의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대학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고 사학법인의 전횡과 부실·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그런데 이주호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대학 구성원들과 단 한 차례의 대화나 공청회도 없이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기준을 대폭 완화한 새 규정을 내밀었다. 이후 이 개정안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으나 대학 구성원들의 반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거의 원안 그대로, 단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에서 일부개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지난해 9월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과거에는 이를 지키지 않는 부실하고 부패한 사학재단들을 그대로 방치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기준 자체를 낮추어 버렸다. 그동안 규정 완화를 요구해 온 요구한 비리 사학법인들이 환호했을 것임이 뻔하다.
새 규정의 문제는 최근 불거진 경동대 사태가 잘 보여준다. 2024년 6월 경동대는 학교 홈페이지에 자신이 소유한 옛 동우대(2013년 경동대로 합병) 부지와 건물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다. 언론 보도에 따를 때, 매각 대상 부지와 건물을 합친 총 매각 예정가는 855억 2600만여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학교 부지의 절반 이상이 ‘교육 목적’으로 속초시로부터 ‘헐값’에 넘겨받은 시유지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1980년 동우대 설립 당시 속초시는 노학동 일대 시유지 18만 1597㎡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학교법인에 1억 3050만 3559원, 1㎡당 718원의 '헐값'에 매각했다. 경동대의 계획대로 매각이 이루어지면 대학은 수백 배의 시세 차익을 ‘거저’ 챙기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경동대의 결정은 지역-사회 발전을 나 몰라라 하는 ‘먹튀’ 행각이며, 대학 유치에 대한 시민의 염원을 자신들의 재산 불리기를 위해 악용하는 행위일 뿐인데, 그 배경에 바로 현 정부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완화가 있다.
비슷한 사례로 경상남도 김해에 위치한 인제대를 들 수 있다. 인제대 이사회는 작년 2023년 6월에 인제대 부속병원의 하나인 서울 백병원을 장기적 적자 발생을 이유로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서울 백병원이 지난 10년간 많은 적자를 내서 대학 운영에 어려움을 야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대형 종합병원의 존폐가 사회적 협의 없이 대학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새 「대학설립‧운영규정」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악은 비정규교수 착취와 비리 사학재단의 횡포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규제완화 정책은 대학 운영자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여건도 무시할 ‘방종’의 자유를 준다는 점에서 비리 사학재단에 욕망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주는 결정이다. 대학 운영이 왜 어려운지를 정밀하게 살피는 절차 없이 대학 운영자에게 일방적인 ‘방종’을 허용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 고등교육의 기둥으로서 국립대학보다 더 비중이 큰 사립대학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려면, 연구와 교육의 담당자인 교수의 ‘자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켜 잠재력을 키울 교수의 ‘자율’을 외면하고 대학 운영자의 ‘방종’만 부추기는 윤석열 정부 이주호 장관의 왜곡된 규제완화 정책은 우리나라 고등 교육을 나락의 길로 떨어지게 할 것이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의 4대 요건의 기준 완화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교원확보 기준의 대폭 완화이다. 새 규정안은 운영기준에서 ‘교원’ 확보 시 겸임·초빙 교원 비율을 현행 1/5에서 1/3로 확대하고, 학과 간 정원 조정 시 교원확보율 요건을 폐지했다. 그야말로 각 대학이 연구와 교육의 본령을 외면한 채 자기 편할 대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게 허용하는 셈이다. 이것은 이미 심각한 비정규교수 착취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핵심은 교원 확보율이다. 교원의 지위는 법으로 엄격하게 정하고 있으며, 강사도 전임교원과 함께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교원이다. 그런데 강사와 달리 겸임‧초빙교원은 법적으로 교원이 아닌데도 교육부는 이들을 편법적으로 교원확보율에 포함시켜 왔다. 현 정부는 이러한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대학은 법정 교원을 채용하는 대신 법정 교원이 아닌 교수를 늘림으로써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라이즈(RISE) 사업과 글로컬대학 30 사업은 재정 지원을 미끼로 지역대학들의 파괴적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해 2월 1일에는 ‘라이즈(RISE) 사업’을 발표했다. 라이즈 사업은 대학 관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것을 정책의 핵심 내용으로 한다. 지역과 대학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취지는 그럴 듯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을 관리하는 능력과 경험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을 지원할 예산도 태부족한 상태에서 조급하게 시행되고 있다. 결국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궂은 뒷설거지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슬쩍 빠져나가겠다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설령 그런 의도가 없더라도 이런 사업 내용은 대학체제 전반에 심각하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즈 사업은 행·재정적 권한의 이양과 교육부 예산의 이관을 통해 기존의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사업,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3.0) 등을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재편함과 동시에, 이와 연계하여 2027년까지 비수도권 지역에 총 30개의 글로컬대학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겉으로는 지역대학 생태계를 살리는 사업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해서 대학은 교육과정 전면 개편, 대규모 구조개혁 및 정원조정, 평가 방식 개선 등 교원인사 개혁, 대학 거버넌스의 획기적 개선, 대학 간 통합 또는 연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정책은 과감한 지원을 할테니 과감한 혁신을 시도해 보라는 그럴듯한 취지로 추진되고 있으나, 그러나 ‘1개교당 연 200억 원 지원’으로 언론에 홍보되는 것과 달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작되었고, 심각한 대학 내, 대학 간 갈등을 초래해 왔다. 지역 대학의 입장에서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사업비를 따는 것이 주목적이 되어버려 본말이 전도됨으로써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한 대학의 경쟁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 대학들의 과감한 혁신 부족이 지역 대학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지역 대학이 처한 위기의 핵심적 원인은 수도권 집중화와 강고한 대학서열체제, 국가의 재정지원 부족, 비리·부실 사학재단의 횡포 등 뿌리 깊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단기적으로 예산을 조금 더 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지역 대학에 과도한 구조조정 경쟁을 강요하는 행태는 지역 대학들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는다. 라이즈 사업과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의도가 지역 대학들을 폭력적 방식으로 구조조정하고 재편하는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무학과, 무전공 입학제도 강요는 고등교육의 균형발전, 조화로운 학문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다.
교육부는 몇 년 전부터 사립대학에 대학혁신지원사업, 지방대학 활성화사업 등의 각종 지원비를 주면서 융합 또는 무전공, 자유전공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유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국립대들에도 재정 지원을 미끼로 무전공제도를 강요하기 시작하였다.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하면서, 무학과 입학제도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중요한 선발기준으로 내세운 것이다.
무전공 입학제도는 기초학문과 학문 생태계의 붕괴를 야기하고 대학 운영의 파행을 초래할 것이다. 학생들이 취업 전망이 좋은 인기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무전공 입학제도의 무분별한 확대는 균형 잡힌 학문 발전을 뒤흔들고 기초학문을 고사시키며 학문 생태계를 파괴한다. 더구나 학생들이 넘쳐나면 인기 전공마저 교수와 시설이 모자라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어렵다.
22대 국회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우리 고등교육의 근본적 문제를 담대하게 해결하는 입법 노력을 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자체는 대학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태부족한 고등교육재정, 수도권 쏠림 현상, 강고한 대학서열체제, 비정규·비정년교수 확대와 착취, 비리 사학재단의 전횡, 전문대 인기 학과를 일반대학에 허용하여 전문대 고사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현 정권이 근본적 문제를 방치하고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대학의 시장화와 규제완화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대학 사회는 더욱 빠르게 병들어 갈 것이다.
현 정부의 대학정책이 가져올 결과는 명백하다. 수도권 대형 대학들은 첨단 응용·실용 학과 등 시류에 따른 인기와 단기적 수익성이 높은 분야 위주로 재편되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과 보호학문은 몰락하고 학문 생태계는 교란될 것이다. 반면 지역과 소규모 대학들은 지방정부가 정략적으로 배분하는 재정 지원에 매달려 고등교육기관다운 역할은 수행하지 못한 채 수지 맞추기에만 골몰하게 될 것이다. 다수의 사학재단들은 규제완화를 악용하여 학교 재산을 사유화하거나 매각해 대학 구성원의 교권과 학습권은 물론 지역 주민의 이익과 생존권까지 위협할 것이다.
우리는 22대 국회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도약에 기여할 근본적인 대학 개혁에 나설 것을 희망한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고등교육 개혁을 중단시키기 위해 지난해 2월 1일 전국 7개 교수단체가 연대하여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출범하였다. 출범 후 1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전국교수연대회의는 국민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이 가져올 심각한 폐해를 알리고 정부에 대해서는 정책 기조의 전환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윤 정부는 전국교수연대회의의 간절한 외침을 무시하고 마이동풍 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새롭게 개원한 22대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중단시키고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위한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 현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치명적인 약점은 현재 인류에게 닥친 혁명적 변화, 즉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한 탄소중립 달성 등 생태대전환의 과제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상징되는 디지털대전환의 과제에 해당하는 학문연구와 교육 혁신의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대학들을 통‧폐합하는 노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도 없고 선도국가로서 시대를 앞서 가는 역할도 불가능해진다. 우리는 그동안 줄기차게 해온 주장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
- 첫째, 국회는 정부가 개악한 대학설립과 운영의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의 기준을 원상복구하고 강화하도록 입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둘째, 국회는 현 정부의 무전공 입학제 강요 등 공공적 고등교육체제와 학문 생태계를 파괴할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적절하게 폐지하도록 입법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 셋째, 국회는 진정한 지역 발전 및 지방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라이즈 사업과 글로컬 30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정책 수립과 입법 추진을 해야 한다.
- 넷째, 국회는 OECD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해 사회적 공론화를 주도하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 필요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2024년 7월 29일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