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8] [전국교수연대회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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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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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규탄한다!
지난 9월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하였다. 우리는 이 개정안이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과되었으며, 심각한 독소조항을 포함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우리 대학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2022년 12월 29일 대학의 자율적 혁신·운영 지원을 위한다며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후 입법예고 기간(2022.12.30.~ 2023.2.13.)을 거치며 제출된 의견을 반영하여 2023년 3월 17일에 추가 개정안을 다시 공지한 바 있으며, 국무회의 최종 통과까지 총 8개월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신중한 의견수렴과 검토를 거친 듯하지만, 핵심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학 법인의 이해관계와 운영 편의에만 관심을 쏟으며 사립대학들이 통·폐합 등을 쉽게 추진하는 방향으로만 규정을 손질했을 뿐, 학생, 학부모, 교수 등 대학의 중요한 구성원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특히 우리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지난 2월 1일의 출범선언문과 이어진 몇 차례의 성명서에서 연구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개정 추진을 강력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기존 규정보다 개악된 내용 중에서 세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운영 중인 대학에 대해서는 대학설립의 4대 요건(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중에서 교지 기준 면적을 폐지하고 대폭 완화된 나머지 3대 요건만 적용하게 되었다. 교사는 기존 기준(인문·사회 12m², 자연과학 17m², 예·체능 19m², 공학과 의학 20m²)을 인문·사회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대해 일괄적으로 14m²로 완화했다. 이러한 조치가 해당 분야 학생들의 교육 여건에 끼칠 악영향에 대하여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운영이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일부 대학들은 완화 조치로 남게 되는 건물을 교육과 연구용이 아닌 수익용으로 전환하여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겸임·초빙교원들의 활용 비율에 관해 대학이 확보할 의무가 있는 인원의 최대 1/5에서 최대 1/3로 완화했다. 현재 모든 대학이 무려 14년에 걸친 등록금 동결로 인하여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결국 각 대학들은 예산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비정년교수들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연구와 교육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겸임·초빙교원 제도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교원 1인당 학생수를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커녕 겸임·초빙교원의 비중을 최대 1/3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한다면 대학의 연구역량은 물론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률적 근거도 부족한 가운데 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년 트랙교수가 전체 교수의 절반을 넘어서는 대학들이 대폭 늘어나 연구와 교육의 질이 날로 저하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개정안이 얼마나 독소조항으로 기능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또한,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말미암아 대학 교육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 강사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대학 학문생태계의 균형적 발전이 저해될 것이고, 더 나아가 학문 후속세대인 석박사 과정에까지 악역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대학원과 관련하여 비슷한 독소조항이 신설된 점도 놓칠 수 없다. 학부-대학원 간 학생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규정에서는 “학사과정이 4년간 평균 재학생 충원율 90% 이상 충족”, 또는 “4년 평균 등록학생 수 이하로 정원 감축”이 필요했지만, 이 기준은 폐지되었다. 또 교원 확보율 산정 시 전문대학원 학생 정원은 학부생 정원의 2배로 산정했지만, 이를 1.5배로 완화했다. 박사과정 설치를 위해서 확보해야 할 교원의 1/2 이상은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정한 연구실적을 확보해야 하던 기존 기준을 각 대학의 학칙에 따른 연구실적을 확보하는 것으로 바꿔 완화함으로써 각 대학들이 재량껏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리는 대학원과 관련하여 교원 확보율이나 연구실적 기준을 이처럼 완화하는 방향이 지금처럼 국가 차원의 연구자 양성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부실한 대학들이 수익성만을 노리고 석·박사과정을 무작정 개설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교육부가 이처럼 국가 경쟁력을 지탱해줄 고등교육에 대해 사학 법인의 이익과 운영 편의에만 기울어진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을 규탄한다. 이는 내년 2024년도 예산안에서 국가 연구개발예산을 13.9%나 삭감함으로써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인 기초학문 분야 연구를 뒤흔들고 젊은 신진 연구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국정 운영과 궤를 같이 한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과 정권 핵심부는 지금과 같은 마구잡이식 고등교육정책이 어떠한 후과를 낳을 것인지를 직시하고, 다수의 대학 구성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국가 경쟁력과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기조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2023년 9월 18일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