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도자료

[9.4] [전국교수연대회의] 사립대학 구조개선 법률안들을 즉각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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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9-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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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현재 발의된 사립대학 구조개선 법률안들을 즉각 철회하라!

국회는 고등교육 생태계 혁신과 사립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

실질적이고 폭넓은 사회적 논의에 앞장서라!

현재 국회에는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하여 총 4개의 법률안이 상정되어 있다. 1년 전인 2022년 9월 30일 국민의힘 이태규의원 대표발의의 법률안을 시작으로 올 1월 9일에 더불어민주당 강득구의원, 3월 17일에 국민의힘 정경희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률안이 나왔으며, 얼마 전인 8월 18일에 다시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 대표발의로 네 번째 법률안이 나왔다. 이 법률안들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틀을 가지고 있으며, 다수의 독소조항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국회의 양대 정당이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은 다수의 법률안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가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적절한 해법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잘 보여준다. 앞으로 10년 후면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 상황에서 한국 대학의 생태계를 정비하는 일은 그만큼 중차대하다. 정상적인 학생 모집이 어려운 한계대학들을 적절한 정책과 지원을 통해 정비함으로써 알차고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는 구조개선 대상이 될 대학의 학생과 교수, 직원, 학부모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21세기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4개의 법률안은 사학 법인의 이익 확보에만 기울어져 있으며, 아무 잘못 없는 학생의 정상적인 교육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일해온 교수와 직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대학 생태계를 파괴하여 국가 경쟁력과 지역 균형발전을 뿌리부터 망가뜨릴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 법률안들을 발의한 국회 양당이 사립대학 구조개선을 위해 대학 구성원과 이해당사자, 시민사회 및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현재의 절박한 과제를 해결할 더 타당한 법률을 만들고 기존의 관련 법률들도 개정하는 노력을 하도록 강력히 요구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른 2040년의 만 18세 장래인구추계가 겨우 25만 9,004명이고 내년 2024년 대학 입학정원이 43만명 선임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도 15년 후에는 현재 입학정원의 40% 이상을 줄여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은 일부 위기 대학의 퇴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한국 대학 생태계 전반을 구조조정하고 혁신하는 큰 그림과 그것을 뒷받침할 법률이 필요하다.

그런데 위의 4개 법률안은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의 미래를 설계하는 큰 그림이 아예 빠져 달아난 채 일부 대학들을 어떻게 순조롭게 문을 닫게 할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다. 가장 기막힌 일은 이 법률안들이 이미 8, 9년 전인 박근혜 정부 시기에 발의되었던 관련 법률안들에 비해서도 대폭 후퇴한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9년 전인 2014년 4월 19대 국회에서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되었고,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다시 2015년 10월 역시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대표발의로 유사한 내용의 법률이 나왔다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되었으며, 20대 국회에 들어와 2016년 6월 21일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 대표발의의 관련 법률안이 세 번째로 나왔다가 역시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이렇게 박근혜 정부 시절에 나온 3개의 법률안 중 첫 법률안을 제외한 안홍준, 김선동 법률안은 모두 교육부장관이 3년마다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었다. 반면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들은 하나같이 대학 구조개선의 기본방향이나 기본계획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퇴행적인 틀에 머물고 있다. 이런 법률안들을 어떻게 우리 교수들을 비롯한 대학의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현재 계류 중인 법률안들은 편협하고 퇴행적인 기본틀 위에서 위기 대학들의 신속한 퇴출을 위한 절차 만들기에 집중되어 있으며, 사립대학 운영진의 저항을 달래기 위해 폐교나 법인 해산 시에 어떤 혜택을 안겨줄 것인가에만 골몰하고 있다. 가령, 여당인 정경희 의원과 야당인 문정복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은 둘 다 폐교나 해산을 결정하는 사학법인에게 해산장려금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16년에 나온 당시 여당 김선동 의원의 법률안은 제26조(잔여재산처분의 한도) 1항에서 법인의 뜻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잔여재산의 범위가 학생 등록금 환불액, 문을 닫는 법인 또는 대학의 교직원 인건비, 명예퇴직수당 또는 보상액, 생계안정·재취업 및 직업훈련 등의 비용, 국가예산으로 구입한 재산 등을 뺀 나머지라고 구체적으로 규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발의된 야당 문정복 의원의 법률안을 보면 제18조(재학생 및 교직원 보호)에서 “폐교대학은 소속된 재학생이 폐교 이후 편입학을 포기하는 경우 잔여재산의 범위 내에서 학업중단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거나 “면직 교직원에 대하여 잔여재산 범위 내에서 면직보상금 또는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느슨하고 모호한 규정만 존재한다.

우리는 여당 안이든 야당 안이든 모두 박근혜 정부 때의 여당 법률안보다도 더 후퇴한 법률안이라는 사실에 경악한다. 만약 이 법률안들이 여야 양당만의 협의와 조정을 거쳐 통과된다면 학생과 교직원의 권리나 지역 사회의 요구는 외면당한 채 법인이 학교를 없애고 잔여재산을 가져가거나 다른 공익법인으로 옮겨 여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 부작용이 어느 정도나 될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정말 문을 닫아야 할 대학들이 아니라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재정 여력이 있으며 지역에 기여할 잠재력도 큰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토지와 건물의 입지 조건이 매각에 유리한 대학들이 먼저 문을 닫게 될 가능성도 크다. 즉 법인이사회 등 대학 운영진이 순조로운 재산처분이 가능하다면 이를 실행하여 최대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몫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몫은 경우에 따라 수백억원을 넘을 수도 있으며, 애당초 출연자가 고등교육을 위해 내놓은 액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대학의 재산은 학생 등록금,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과 행·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형성되고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학 운영진이 학교를 없애고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의 재산으로 서둘러 출연한다면, 그나마 좋은 대학부터 먼저 사라짐으로써 한국 고등교육의 생태계는 속절없이 파괴되고 대학이 사라진 지역들은 더욱 공동화되어 소멸의 길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또 그런 지역에 평생교육원, 직업훈련원, 사회복지시설 등의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이 새로 생기더라도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사학비리세력의 경우 대학을 없애고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일단 출연한 후, 법적으로 이들 법인이 학교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산이 손쉬운 점을 악용하여 해당 법인을 다시 해산하는 방식으로 공공재인 대학의 자산을 사적으로 전유할 위험이 크다. 또한 많은 사립대학들이 공익법인과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하면 과잉 공급의 우려는 없는지도 전혀 검토된 바가 없다.

지역 균형발전과 관련하여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특정 대학의 폐교 여부가 개별 대학의 경영진단에 따른 회생 가능성을 따져 결정되므로 지역경제, 지역 산업이나 대학의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고려하는 거시적인 국가정책이 작용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대학 다수가 폐교를 선택하여 없어지면 해당 지역의 공동화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규모는 작더라도 특정 지역의 인재양성과 경제 활성화의 핵심이 될 대학 살리기라는 문제의식과 방안이 아예 없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4개 법률안의 문제를 따지자면 한이 없다. 우리는 전국의 대학교수들을 대변하는 입장에 서서 이 법률안들에 단호히 반대한다. 정부와 국회는 전국의 대학생과 학부모, 교원과 연구자, 직원, 지역 사회의 입장과 이익보다는 (사)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이 대변하는 사학법인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정책 방향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필요성을 결코 외면할 생각이 없으며, 가장 사회적 논란이 되는 ‘해산장려금’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대하지 않고 논의에 응할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는 절박한 대학 생태계 혁신을 위한 윤활유이자 촉매로서 해산장려금 제도 도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이 법률안들에 대해 지난 5월 17일 국회에서 단 한 번 열린 공청회로는 제대로 된 사회적 공론화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 국회는 전국의 대학과 대학교수, 직원, 학생들의 목소리, 지역과 지역주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점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를 시작해야 옳다.
  • 국회는 현재 계류 중인 4개의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 법률안을 즉각 철회하라!
  • 국회는 고등교육 생태계 혁신과 사립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 진정한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당장 시작하라!

2023년 9월 4일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