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 전국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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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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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와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무너뜨리고 경제와 민생을 망치며 한반도를 갈등과 전쟁 위험에 빠뜨리는 국정 운영의 폭주를 즉각 중단하라!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는 현 정부의 마구잡이 국정 운영 앞에서 국민들과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무엇보다도 현 정부는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했다고 특정 언론사를 노골적으로 해외 순방에서 배제하는가 하면, 전임 정권이 임명한 국민권익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 독립성을 지닌 국가기관의 장을 무리한 방법으로 사직을 압박하거나 해임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남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노란봉투법’ 등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법안에 대해서까지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집권당 당대표를 끌어내리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사를 새 당대표로 선출하도록 다른 유력 여당 인사들의 전당대회 경선 도전을 가로막기까지 했다. 국정 난맥상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현직 감사원장의 황당한 발언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인사에서는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던 비서관들을 대거 중앙부처의 차관으로 발령함으로써 장관이 참석하는 국무회의를 형해화하는 행정부의 파행까지 시도하고 있다. 극우 유투버를 국가기관의 장으로 임명하는 사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상식을 지닌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이 평생을 검찰에서 근무한 윤 대통령은 전문가를 임명해야 할 중요한 자리에 검찰 출신을 마구 배치함으로써 ‘검찰국가’를 만들고 있는가 하면, 주요 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는 도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작년 10월에 터진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응 또한 상식을 벗어난다.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호하며 탄핵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마냥 기다리는 꼴은 대체 무엇인가? 더구나 국회에서 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을 바꿔 자신들의 뜻대로 국정을 운영하는 ‘시행령 정치’는 법에 따르는 민주국가의 법치가 아니라 법을 악용하는 법치의 파괴일 뿐이다. 과연 이러한 폭주의 끝은 무엇이 될 것인가?
윤 정부의 외교 실패 또한 적나라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해 진력해도 모자랄 엄중한 국제 정세에도 불구하고, 낡은 냉전적 사고에 갇혀 한미일 동맹 일변도로 달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의 소통 채널은 완전히 가로막히고 있으며, 중국 역시 강경한 외교적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할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는 한꺼번에 위험에 빠지고 있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155밀리 포탄 33만발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며, 살상무기 지원을 삼가는 다른 국가들의 조심스러운 행보와 대조된다.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면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우리 대법원 판결과 법체계를 깡그리 무시하는 정치적 합의를 하고 말았다. 뿐이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이르면, 일본의 지방의회나 해당 지역 어민들도 방류를 반대하는 마당에 왜 집권당 인사들이 먼저 나서서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깨끗해서 안전하다면서 횟집 수족관의 바닷물을 떠 마시는 우스꽝스러운 행동마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이 보수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반국가세력이 종전선언의 노래를 불렀다는 식의 망언에 이르면, 지금이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을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던 수십년 전의 군사정권 시절인가 의심할 지경이다.
국내 경제와 민생도 흔들리고 있다. 부자감세 정책과 경제 불황으로 올해의 정부 재정 운영에 수십조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작년 8월의 폭우로 인한 주택 취약계층의 큰 피해를 겪고도 올해 예산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깎았지만,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전세사기와 이미 여러 명이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버린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더욱 적나라하다. 건설 현장의 관행을 노동조합의 업무방해와 협박 등으로 몰며 소위 ‘건폭’을 척결한다는 공안 바람을 일으켜 건설노조의 양회동 열사가 분신하며 항거하는 참담한 일을 초래했다. 공안당국이 문제삼는 ‘월례비’는 최근 법원이 임금의 일부라는 판결을 내린 점에서도 현 정부가 얼마나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공안몰이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또 지난 5월 15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여러 건에 대해 노동자들의 손을 일부 들어준 판결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대법원 판결 내용에 대해 “노란봉투법 알박기 판결”, “입법 권한을 침해한 대못질 판결” 등의 부당한 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주심 대법관에 대한 인신공격 발언마저 나와 법원 행정처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할 정도였다. 이 대법원 판결은 현재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인 ‘노란봉투법’을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정부와 여당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철저히 짓밟아야만 만족하겠다는 말인가.
우리 교수·연구자들로서는 교육 문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경험과 식견 없는 박순애 씨를 장관에 임명했다가 불과 40일 만에 다시 사퇴하게끔 하는 인사 참사를 저질렀다. 결국 대안으로 등장한 인물은 이미 10여년 전에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 시장만능주의 정책을 추진했던 낡은 이주호 씨였다.
이주호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안’, 라이즈사업, 글로컬대학 사업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노골적인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글로컬대학 사업은 현재 예비지정 절차가 끝났지만, 전국 대학의 동요와 불만은 심각한 지경에 있다. 제대로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사업만 벌이는 행태를 보면 과연 교육이 백년지대계임을 아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분열과 혐오를 동력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2016-17년의 촛불대항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민주주의를 향한 활화산 같은 국민의 에너지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는 불법적인 국정 운영을 중단하고 민생과 경제, 국가 안보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지금까지 해온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국민 여러분께 절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결코 실망하지 말고 낙담하지 말며, 가짜뉴스, 편파적 뉴스에 속지 말며, 낡은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흔들리지 말자. 우리는 촛불시민이며, 우리는 주권자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승리할 것이며, 법치는 회복되어야 한다.
2023년 7월 13일
전국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