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도자료

[6.22] 윤석열 정부는 ‘글로컬대학 30’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대학균형발전을 향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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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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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 30’ 예비지정은 지역대학 구조조정의 무자비한 신호탄이다!

윤석열 정부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대학균형발전을 향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추진하라!

지난 6월 20일 교육부는 이른바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2023년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총 108개 대학이 지원한 가운데 예비지정된 15개 과제(대학 숫자로는 19개 대학) 중에서 10개가 올 10월에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지역대학의 혁신을 주도하는 모델이 되리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우리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이하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예비지정 결과가 경쟁지상주의 방식의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지역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우리가 글로컬대학 사업이 제시되었을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바이다.

이번 2023년 예비지정 결과는 국사립대학을 막론한 지역대학 구조조정의 엄격한 기준을 ‘공식화’하면서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려면 이 기준에 따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글로컬대학 30’은 학문적 균형과 명실상부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추구하기는커녕 유망전공, 지역산업, 외국인학생 유치 등에 집중하는 기형적이고 편향적인 ‘국책대학’을 꾀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예비지정된 대학들은 본계획의 작성과 학내 구성원의 동의과정을 거치면서 교육부의 ‘혁신기준’에 따르는 가혹한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비지정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향후 글로컬대학의 선정 방향이 국립대학 간의 강력한 통폐합 및 내적 구조조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예비지정의 결과를 보면 전체 15개 선정과제 중 국립대학이 8개 과제 12개 대학으로 다수를 점하며, 특히 국공립대학 간의 통합 노력을 명시한 대학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되었다. 이는 교육부가 지역대학 구조조정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국립대학으로 하면서, 거점국립대학과 그밖의 지역 국공립대학 간의 통합의 선례를 마련해 지방 국공립대학 통폐합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났다.

둘째, 사립대학은 연세대(미래캠퍼스 분교), 포항공대, 울산대, 한동대 등 재정 기반이 비교적 튼튼한 대학과 순천향대, 인제대, 한림대 등 의과대학을 기반으로 한 대학들이 선정되었다. 연구와 교육에서 나름의 내실을 지녔고 건전한 사학 운영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학들은 선정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글로컬대학 30’ 정책으로 사립대학 간의 양극화는 격심해질 수밖에 없으며, 재정적으로 허약한 사립대학들은 퇴출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셋째, 산업과 직접 연관된 협소한 특화 여부가 부각됨으로써 글로컬대학이 보편적인 대학의 기능보다는 특수한 목적에 종속적인 대학이 되어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학내 구조조정의 광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예비지정된 대학들은 각기 첨단산업, 항공우주산업, 지역산업, 지역농업, 초·중등·평생 교원양성 등의 협소한 특화영역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이 대학들이 지역의 연구와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넷째, 올해 10월까지 최종 10개 내외의 글로컬대학을 결정한다지만, 현재의 재정 확보 현황으로 볼 때 사업이 제대로 시행될지도 불투명하다. 작년에 마련된 1.72조원의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는 이미 올해의 기본적인 용처가 정해져 있어 10개 글로컬대학에 대한 올해 예산 2000억원을 당장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결국 실질적으로 사업 자체가 내년 2024년부터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포함하여 ‘사립대학 구조개선에 관한 지원’,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 체계 개편(RISE)’ 등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고등교육정책의 일관된 목표는 <헌법>에 명시된 대학에 대한 국가의 교육·연구 지원 책무를 방기하고 이를 무책임하게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데 있다. 오는 7월 1일 시행 예정인 <지방자치 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35조에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해 국가가 노력하겠다는 근거 법률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을 지자체의 행정자치 사항으로 미루기 위한 포석일 뿐이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은 포기하겠다는 자백일 뿐이다.

이번 예비지정의 면모로 볼 때 ‘글로컬대학 30’ 사업은 우리의 예상대로 지역대학들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진정으로 ‘글로컬’한 연구와 교육의 중심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 식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기준에 따른 기형적인 ‘국책대학’을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이야말로 전국의 지역대학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질적인 개선을 위해 진지하고 전면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또한 우리는 전국의 대학교수와 대학 당국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글로컬대학 30’ 사업은 대학의 학문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왜곡할 뿐만 아니라 지역대학에 대한 경쟁지상주의적 구조조정의 핵심적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 모두 더 이상 나쁜 정책에 동조하거나 헛된 기대를 걸지 말고,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치명적 문제를 직시하며 대학균형발전과 공공적 고등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나가자고 호소한다.

2023년 6월 22일

전국교수연대회의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