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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경북대학교 평의원회의 비정규직 교수 의장 선출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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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3-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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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01993

 

경북대학교 평의원회의 비정규직 교수 의장 선출을 환영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7일, 국립경북대학교(경북대) 평의원회 의장으로 이시활 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이 당선되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는 이시활 의장의 당선을 축하하며, 비정규직 교수가 대학평의원회 의장으로 처음 선출된 이 역사적 사건이 이미 심각한 상태에 도달한 우리 대학의 양극화, 시장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교수연구자학술단체들과 함께 힘을 보태고자 한다.

대학평의원회는 사학재단의 비리와 전횡을 막기 위한 교육·노동 단체들의 투쟁의 결과 도입된 제도로, 지난 2017년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국·공립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공식 기구가 되었다. 대학의 발전계획, 교육과정의 운영과 연구에 관한 중요 사항, 학칙 제·개정, 그리고 구성원의 복지에 관한 사항 등을 교원, 직원, 학생, 동문, 학부모 및 지역사회 등 대학 공동체의 대표들이 모여 심의, 자문하도록 한 대학 민주주의의 핵심 기구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평의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대학의 민주주의 수준을 볼 때 너무나도 명백하다.

대학평의원회가 그 이름값을 못 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실질적인 의사 결정이 아닌 심의·자문 기구라는 위상의 한계뿐만 아니라 그 구성에 있다. 고등교육법은 대학평의원회를 “11명 이상의 평의원으로 구성하여야 하며, 교원, 직원, 조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하되,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포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대학은 재단과 대학본부가 평의원을 임의로 위촉하고 있어 평의원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북대의 평의원회 의장 선출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미 우리 대학은 비정규직인 교수, 직원, 그리고 연구원과 학생 조교들에 의해 지탱되어 오고 있다. 비전임교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기준으로 전체 강의의 35%를 담당하고 있으며, 65%의 전임교수도 그 중 온갖 이름을 가진 소위 “비정년”, “계약직”, “강의전담”, “연구전담” 교수를 제외하면 그 비중은 훨씬 더 적을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대학별로 30~50%가 비정년 트랙이라는 조사도 나와 있다. 현 교육부는 이마저도 마뜩잖은지 겸임·초빙교원 비율을 현 1/5에서 1/3로 아예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직원들은 비정규 계약직으로 대체되었고 건물관리와 식당 등 서비스는 외부 용역업체로 넘어간 지 오래다. 연구원과 학생 조교들은 비정규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불안한 고용계약을 맺고 대학을 지탱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많은 시간강사들의 희생과 교육·노동단체들의 투쟁 끝에 강사법이란 것이 만들어졌으나 우리 대학은 이를 보란 듯이 무시하며 온갖 이름의 비전임, 비정년 교수들을 양산해 강의실을 채우고 있다. 정년이 보장된 전임교원과 비정규·비전임 교원의 임금 격차는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되는 곳도 수두룩하다. 승진이나 복지 혜택 등에서의 차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퇴직금을 아끼려 쪼개기 계약을 하고 고용계약의 갱신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2년이 되기 전에 교직원을 무조건 해고하는 대학, 계약직 학생 조교가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해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던 대학 모두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의 양극화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양극화와 시장화에 무너지고 있는 대학,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바꿔나가야만 한다.

경북대는 민주화 과정 속에서 대학의 자치를 확보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학문의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왔으며, 교수, 학생, 직원의 3주체가 학교 운영의 실질적 결정에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민주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비정규교수를 대표해 전 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 분회장이 대학평의원회에 참여했으며, 이번에 위원들의 투표로 의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작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회 등에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제한해 온 규정들을 개정하도록 권고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재단과 대학본부는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입맛에 맞는 위원들을 직접 임명해 거수기로 전락시켜왔다. 대학들은 이번 경북대의 사례를 본보기 삼아 대학평의원회에 비정규직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평의원회를 실질적인 의사결정기구로 인정하며 대학 내 차별을 완화하고 민주적 거버넌스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교수 의장이 이끄는 대학평의원회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우려도 들려온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제외한 정규직만의 비민주적 대학 운영은 더이상 가능하지도 않고 결코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이시활 의장의 당선을 축하하며, 경북대 평의원회의 민주적이고 평등한 대학 건설을 위한 여정에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2023년 3월 13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