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도자료

[2.21] 대현동 이슬람 사원 문제에 대한 경북대학교 총장 앞 공개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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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2-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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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동 이슬람 사원 문제에 대해 경북대학교 총장께 드리는 공개서한

경북대학교와 지역 사회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진력하고 계신 총장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는 1987년 설립 이래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차별 없는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는 교수·연구자들의 단체입니다. 최근 전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경북대학교 인근 대현동 이슬람 사원 문제와 관련한 경북대학교의 입장을 묻고, 아울러 문화·인종·종교적으로 다양화되어 가는 대학 구성원들과 지역 사회와의 공존과 상생을 모색해야만 하는 오늘날 우리 대학의 상황과 역할을 고민해 보고자 공개서한을 보냅니다.

우리 대학의 성장, 세계화,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외국인 유학생 및 다문화 가정의 대학(원)생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그 중 무슬림 국가에서 온, 또는 무슬림 다문화 가정의 대학생 수는 꾸준히 늘어나, 우리나라의 30만 무슬림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이 많은 대구 지역의 무슬림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주지하다시피 이번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도 150여명의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과 연구자들이 주도한 것입니다.

대학은 학위를 수여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며 민주 시민을 양성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기능합니다. 경북대학교로 인해 주변에 다문화 거주지역이 생기고 기존 주민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상권과 이해관계가 만들어져 온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이번 대현동 사태의 출발점이 경북대학교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경북대학교가 지난 수년간 이 문제를 대해온 방식은 다소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슬림 유학생과 연구자들에게 기도는 하루 식사처럼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교내에서 기도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찾지 못해 결국 학교 밖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는 하되, ‘식사와 같은 기도’는 인정받지 못한 것입니다. 즉, 갈등의 시작이 종교 다양성에 대한 고려나 준비 없이 유학생을 유치한 대학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이 문제를 방치하는 사이 지난 수년간 주민과 무슬림 학생의 대립은 지리한 법적, 행정적 공방을 낳았고, 갈등은 증폭되어 이슬람 사원 앞 돼지고기 파티라는 차마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일부 보수적 기독교 세력까지 가세해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혐오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퍼뜨리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근거없는 반이슬람 정서와 가짜뉴스, 그리고 이를 비하하고자하는 사람들의 특정 지역을 향한 혐오도 이미 임계점을 넘고 있는 듯합니다.

민교협은 세월호 사태 당시 희생자들을 향한 혐오와 악의적인 비방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습니다. 국가가 문제를 방치하는 사이 단식 중인 유가족 앞에서 소위 <폭식 투쟁>이란 비상식적 행태까지 자행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제지되지 않는 혐오와 차별은 증식하고 확산됩니다.

우리는 경북대학교의 지난 일에 대해 여기서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도 아니며 가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경북대학교가 지금 이 사태를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기며, 차별과 혐오 행위를 중단시키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이 문제는 우리 대학의 문제였고, 사법기관의 판결과 행정기관의 강제집행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북대학교 총장님. 이번 대현동 사태의 향배는 우리 대학이 다양성에 바탕을 둔 열린 지성의 공간이자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상생의 공간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앞에 닥쳐있는 대학과 지방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경북대학교가 적극적인 중재로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함으로써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잠복 중인 종교, 문화, 인종, 기타 여러 정체성의 차이에 기인한 갈등 해소를 위한 대학의 역할을 모색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민교협은 경북대학교가 나서 조속히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며, 경북대 민교협 및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토론회와 공청회 등 무슬림 학생들과 지역 주민 사회의 중재 요청에도 적극 임할 계획입니다. 정체성의 차이가 차별과 혐오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을 우리 대학이 앞장서서 지켜나가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당위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서 공개서한을 맺습니다, 총장님과 경북대학교의 건승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23년 2월 21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 일동

 

관련기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04978